2021년에 다시 감상하는 1985년의《백 투 더 퓨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미리 경험하고 싶다거나 과거로 돌아가려는 모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는 욕망일 겁니다. 이런 경험을 대리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화는 <백 투 더 퓨처>가 있죠. <백 투 더 퓨처>가 만들어진 게 1985년이니 36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감상하면 유치할 법도 한데 최근에 다시 감상한 이 영화에서 아직까지 유효한 대중 오락영화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미리 경험하고 싶다거나 과거로 돌아가려는 모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는 욕망일 겁니다. 이런 경험을 대리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화는 <백 투 더 퓨처>가 있죠. <백 투 더 퓨처>가 만들어진 게 1985년이니 36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감상하면 유치할 법도 한데 최근에 다시 감상한 이 영화에서 아직까지 유효한 대중 오락영화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힐 밸리의 고등학생 마티는 괴짜 발명가 에머트 박사의 타임머신 실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에머트 박사는 스포츠카인 드로리안을 개조하여 타임머신을 발명했고 이를 마티에게 자랑하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아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지요. 위험을 피하려다 드로리안을 타고 타임머신을 작동시킨 마티는 졸지에 1955년의 힐 밸리에 도착합니다. 1955년은 에머트 박사가 타임머신을 발명하기로 결심한 때이자 마티의 부모님이 운명같이 만나 사랑에 빠진 해입니다. 1955년 힐 밸리로 돌아간 마티가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아빠인 조지입니다. 조지는 1985년의 모습처럼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답답한 고등학생의 모습이었습니다. 조지의 행동에 실망을 느낀 마티는 조지를 미행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졸지에 엄마와 아빠 사이에 끼어 삼각관계가 되어 버리지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1985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드로리안을 움직일 에너지가 없어 마티는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 버렸어요. 설상가상으로 아빠와 엄마가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마티의 존재는 사라질 것입니다. 생존의 문제까지 겹친 마티는 모든 일을 해결하기 위해 에머트 박사와 협력하여 타임머신의 움직이게 해야 하며 엄마와 아빠의 사랑의 가교 역할까지 해야 합니다. 

[영화《백 투 더 퓨처》(1985) 국내에서는 1987년 개봉했다. ] 


이 모든 이야기가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버릴 것 하나 없이 모든 장면이 인과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마티의 행동으로 나타난 결과는 자신의 안위 뿐 아니라 가족의 안녕을 위한 일이기에 내용이 주는 감동은 배가되었고요. 학생들의 스토리 수업에서 실습하도록 하는 3막 구조에도 딱 들어맞는 예제이기도 합니다. 일상세계에서 모험을 떠난 주인공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들고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3막 구조를 잘 따랐지요. 무엇보다 작품의 상상력을 실현하기 위해 갖춰진 헐리우드의 시스템에 감탄했습니다. 이미 1980년대에 투자 대비 손실을 막기 위해 충분한 기획을 했다는 것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지요. 이렇게 2021년에 다시 감상한 1985년의 <백 투더 퓨처>는 대중 영화의 모든 구색을 갖춘 웰메이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주인공을 제외한 캐릭터들의 기능적 쓰임새가 그것입니다. 전체 이야기에 꼭 필요한 캐릭터라는 의견에 이견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기 위해 필요한 캐릭터라 할지라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는 여러 번의 생각을 거듭해도 부족하지 않지요. 1955년의 마티의 엄마는 마티의 정체를 모른 채 혼자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티는 아빠와 음모를 꾸밉니다. 마티가 엄마에게 몹쓸 짓을 시도할테니 그때 아빠가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나 엄마를 구해주라는 것이죠. 다행이라 해야 할지, 엄마는 마티가 아니라 이 영화의 악역인 비프에 의해 위험에 빠집니다. 여기서 여성이며 10대인 엄마는 자신의 힘으로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모든 일을 수동적으로 당하는 역할만 수행합니다. 어긋난 사랑을 이룰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는지 아쉬운 대목이죠. 이 영화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되었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볼 잘 만든 콘텐츠입니다. 그런 영화에서 사회에서 부여한 역할로서만 호명되어 겪지 않아도 될 사건을 당하는 캐릭터의 고난을 그저 시대의 한계로 여긴 채 넘어가도 될까요? 이를 묵시하거나 당연시 여긴다면 그런 역할들은 반복되어 나타날 것입니다. 대중 콘텐츠에서 무엇을 더 바라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즐기기 위한 것인데 예민한 칼날을 드러내는 것은 불편하다고 할 수도 있죠. 그런데 저는 이 예민함을 계속 유지하고 싶습니다. 콘텐츠가 갖는 사회적 영향력이 선하게 발휘되려면 예민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근래의 콘텐츠의 ‘재미’는 이런 예민함을 잘 간파하고 반영한 작품에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글_홍난지(만화웹툰비평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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